교육학과와 나
- 작성자 박은솔 (2008 입학)
- 작성일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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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학과가 40주년이나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보다 짧다는 느낌도 듭니다. 상명대학교는 1937년에 건립되어서 1965년에는 상명 여자사범대학으로 발전하였으니, 교육학과도 이때부터 설립된 줄 알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저를 길러준 교육학과의 역사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학과의 역사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상명대학교 교육학과는 1980년 10월 혹은 1981년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과 연혁을 살펴보면 1966년도에 신증우 교수님께서 부임하시고 1968년에 김용기 교수님, 1973년에 이진분 교수님, 1974년에 송병순 교수님, 1977년에 이종국 교수님, 1978년에 김청자 교수님께서 부임하셨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교육학과를 만들고 이끌어 오신 교수님들의 헌신의 역사는 더 오래된 것 같습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1978년에 부임하신 김청자 교수님과 1996년에 부임하신 정영근 교수님께서 학과를 이끌어가시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09년 3월에 현재 교육학과를 발전시키고 계신 장덕호교수님과 이현우 교수님께서 부임하셨습니다. 이렇게 되돌아 보고 나니 제가 좋은 타이밍에 입학해서 훌륭하신 교수님들께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뿐만이 아니라 선배님들이 학생회와 소모임과 같은 학과 커뮤니티를 잘 구성해 놓은 덕분에 학문적인 배움 이외에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 당시에는 모든 교육학과 구성원들은 학생회 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기획부, 학술부, 문화부, 홍보부로 나누어져 있고 이 4개의 학회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입학 초기에 선배님들이 신입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서를 홍보했고, 부서마다 함께 맡은 일을 하다 보니 그 덕분에 선배님들과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획부에 있었는데, 사실 기획부는 술을 많이 마셔서 술부라고 불렸습니다. 제가 술을 약간 즐기기도 했고, 특히 4개 부서 중에 가장 하는 일이 없어 보여서 가입했습니다. 학술부는 학술집을 발행하고 문화부는 연극을 하고 홍보부는 포스터를 만들고 붙이고 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부서들에 속한 동기들과 선배님들의 덕도 많이 보았습니다. 반면에 기획부에서 정해진 하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에 친목 행사를 많이 해서 같은 부서 사람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 몸무게의 두 배 정도 나가는 술 취한 남자 동기를 부축해서 걸어갔던 것, 언덕길에 있는 식당에서 같이 먹고 웃었던 것들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절반이 기획부 출신인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는 소모임 활동도 했습니다. 교육학과 댄스 소모임 ‘HEY-e’에 있었습니다. 축제 때 사범대학 건물 앞 무대에서 오프닝 공연도 하고, 매년 연말에 정기 공연도 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저는 운 좋게 학교 홍보대사로 뽑혀서 홍보대사 활동도 했습니다. 홍보대사에 지원할 때도 이전에 홍보대사였던 선배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년 우리 교육학과에서 홍보대사가 한명씩 나와주기를 바랐는데 제가 후배들에게 관심이나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상명대학교 홍보대사는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게 총장님이 직접 임명하며 장학금도 받고 여러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후배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되돌아보니 ‘교육학과와 나’는 벌써 13년이 되었다는 게 소름 끼치게 놀랍습니다. 저는 학부를 조기졸업 하긴 했지만, 학석사 연계과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조교 활동도 했기 때문에 교육학과에는 5년 정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떠난적 없이 쭉 우리 교육학과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서로의 흑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만날 때마다 우리는 추억을 회상하고 다시 교육학과 학생들이 됩니다. 홍지문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교육학과를 떠올립니다. 몇몇 동기들은 아무 이유 없이 사범대 건물을 둘러보고 오기도 합니다. 높은 언덕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이상하게 모교에서 풍기는 기운과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학과를 찾으면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매년 학교에 찾아가서 기를 받고 옵니다. 저의 어리광과 부족한 모습을 이해해 주시는 교수님들도 아직 학과에 계시고, 교육학과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도 만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여쁜 스무살이 아니고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강인한 성인이 되어야 하지만, 교육학과는 미성숙한 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저를 받아줍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방문해서 교육학과를 찾아가 교수님들과 선배들, 동기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