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축사] 교육학과와 나: 교육공학을 중심으로
- 작성자 이현우 교수님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3135
상명대학교 교육학과와 인연을 맺게 된 지 어느덧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교육학과에는 교육공학 전공 교수도 없었고, 당연히 우리 학생들에게는 꽤 낯선 전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여전히 우리 학생들은 교육공학에 친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교육공학 수업에서 학생들과의 첫 만남은 ‘공학’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교육학과에 진학한 학생들 대부분은 ‘공학’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이 큰 듯하다. 수업 내용을 잠깐 옮겨보면, ‘공학’은 일상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학에는 ‘문제의 발견’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포함된다. 토목공학, 전기공학, 기계공학 등 ‘공학’이라는 말이 붙은 학문은 모두 과학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교육공학’도 교육, 특히 교수-학습의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왔다. 학교도 물론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화상강의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육을 통해 수업을 이어갔고, 학생들의 학습결손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이 교육공학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났다. 화상강의를 통해 비대면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지만, 기존의 교실에서 하던 수업을 그대로 비대면으로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착각은 학생들의 학력 격차라는 문제를 만들어 내었다. 비대면 수업에서 어떤 수업을 해야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해결이 필요했다. 즉,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그에 맞는 교수-학습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요 몇 년간 나는 은행 창구를 방문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왜?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으로 대부분의 금융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이런 시스템은 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편리함을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은행 창구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경험한 편리함과 효용성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 교육도 예전의 모습으로 100% 되돌아 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AI를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교육은 최신의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지만, 50년 전 Bloom이 제시한 완전학습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창의적 사고력인데, 반해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은 완전학습이라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AI가 교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AI와 교사가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시대적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40주년을 맞이한 교육학과는 앞으로 변화된 교육환경을 수용하면서도 학생들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10년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