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3 호 고르다 끝나는 시대, OTT의 역설
▲대표적인 OTT 플랫폼의 로고 (사진: https://www.business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0123#google_vignette) 무료한 주말 오후,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켜고 볼만한 콘텐츠를 고르다가 포기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볼만한’ 콘텐츠를 찾지 못해 결국 플랫폼을 종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성 속에서 오히려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된 것일까, 아니면 더 많은 선택 앞에서 길을 잃고 있는 것일까. OTT의 확산과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 (사진: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1215000031) OTT는 지난 10년 사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우리나라의 OTT 시장은 매년 28%씩 성장했다. 더불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 OTT는 최근 1년 콘텐츠 분야별 이용률에서 89.1%로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은 OTT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 소비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온디맨드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소비자가 콘텐츠 선택의 주체가 되어 개인의 취향과 일정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선택의 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하나의 플랫폼만으로도 수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며,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OTT 서비스의 확산은 소비자에게 이점만을 제공하는 듯 하지만, 이 능동적 선택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한 '선택 피로' 현상 ▲선택 피로 현상 (사진: Chat gpt) 하나의 콘텐츠를 선택하기까지 OTT 플랫폼 소비자는 장르와 줄거리, 배우, 평점까지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여기에 플랫폼별 추천 콘텐츠까지 더해지면서 비교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되고, 결정이 지연되거나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에서 ‘선택 과부하’ 또는 ‘결정 마비’로 설명된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보 처리에 필요한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곧 의사결정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선택의 질과 속도 모두가 떨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선택 피로 현상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OTT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역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안하지만, 유사한 유형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택의 범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으며, 소비자의 피로도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실제로 OTT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엇을 볼지 고르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는 경험이 빈번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콘텐츠 소비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풍부한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선택 과정에서의 부담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선택의 자유가 확대될수록 선택의 책임 또한 증가하며, 그 결과 소비자는 점차 피로를 경험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OTT 플랫폼에 주어진 과제 OTT 서비스는 콘텐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용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콘텐츠 소비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선택의 과잉으로 인한 ‘선택 피로’는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소비 경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OTT 환경은 ‘풍요 속 결핍’이라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OTT 시대의 과제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의미 있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있다.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현실 속에서, 이용자가 보다 쉽게 선택하고 온전히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웅 기자
제 762 호 고르기 어려운 점심 메뉴, 편의점에서 골라보자!
고르기 어려운 점심 메뉴, 편의점에서 골라보자! 학교생활에서 점심시간은 강의가 연달아 있는 학생들에게는 잠깐의 쉬는 시간에 해결해야 하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학생들은 높은 물가 때문에 외식 한 번이 부담스럽다. 교내 학생 식당이 있지만 오후 2시면 문을 닫아버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가파른 학교 언덕을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고, 막상 내려가더라도 학교 주변에는 마땅한 식당조차 별로 없다. 이처럼 매일 반복되는 메뉴 선정의 피로감과 지리적,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단번에 덜어줄 대안으로 편의점 점심이 최선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과 가성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편의점 ▲서울캠퍼스 주변의 편의점 지도 (사진: https://map.naver.com/p/) ▲천안캠퍼스 주변의 편의점 지도 (사진: https://map.naver.com/p/) 최근 대학생들이 편의점 점심을 선호하는 이유는 캠퍼스의 지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학생들의 생활 방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뛰어난 접근성이다. 가파른 언덕이 많은 서울캠퍼스의 경우 이 장점이 크게 작용한다. 지도를 보면 학생들의 주요 이동 경로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다. 서울캠퍼스에는 사범대와 버스 정류장 반대편에 GS25가 있다. 외부에는 정문 언덕을 올라오는 길에 CU, 정문 언덕 밑에 GS25, 후문 언덕 밑에 CU와 GS25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짧은 공강 시간에 언덕 아래 식당까지 다녀올 필요 없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시간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둘째, 합리적인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두 달 전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은 9,923원으로 전월(9,462원) 대비 4.9% 올랐다. 편의점 또한 물가가 올랐지만 4,000~5,000원대면 반찬이 갖춰진 도시락을, 3,000~4,000원대면 샐러드/샌드위치/삼각김밥/컵라면 등으로 한 끼를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멤버십 할인이나 각 편의점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월정액 할인 혜택), 그리고 플러스 행사를 활용하면 식비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흑백 요리사 2>와 CU의 협업 상품 (사진:https://share.google/aDTtlTCHtlhoSXVBA) 셋째, 개선된 품질과 다양한 메뉴 선택지이다. 과거 편의점 음식이 간단히 때우는 용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인 질이 향상되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며 유명 외식 브랜드나 인기 프로그램의 셰프와 협업한 도시락, 김밥, 디저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식품은 학생들 각자의 취향에 맞춰 여러 제품을 조합해 먹을 수 있기에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실제로 지난 3월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의 올해 초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다. 같은 시간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며 김밥은 13.4%, 주먹밥은 14.3%, 샌드위치는 13.0% 증가했다. CU 역시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이 12.4%, 김밥은 18.7% 늘었다. 특히 건강식을 찾는 수요가 오르며 샐러드 매출이 13.8%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도시락(11%), 김밥(14%) 등 주요 품목에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통계는 편의점 이용의 실질적인 인기를 체감하게 한다. 이제 고민 끝, GS25에서 바로 담아야 할 점심 조합 조합 1. 짬짜면이 먹고 싶다면, 공화춘 + 간짬뽕 조합 원래 군대 PX에서 유행하던 꿀조합 레시피가 편의점으로 넘어온 경우이다. 공화춘 짜장 컵라면과 간짬뽕을 각각 조리한 뒤, 짜장면 위에 짬뽕 국물을 부어 함께 비비면 된다. 짬짜면 전문점 부럽지 않은 한 끼가 단 3,600원으로 완성된다. 시간이 촉박한 점심시간에도, 친구와 함께 색다른 조합을 시도해 보고 싶을 때도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컵라면 두 개만 담으면 끝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빅팜 소시지나 어묵꼬치 같은 핫바 하나를 곁들이면 조합의 완성도가 한층 올라간다. 면 요리만으로 아쉬운 포만감과 단백질을 간단하게 보완할 수 있어,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꼭 추가해 볼만하다. 조합 2.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닭가슴살 소시지 + 프로틴 음료 조합 헬스를 하거나 단백질 섭취가 신경 쓰이는 날을 위한 조합이다. 닭가슴살 소시지와 프로틴 음료를 함께 담으면 총 5,800원으로 단백질 보충과 한 끼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GS25는 2025년 닭가슴살 제품 가격을 기존 대비 약 22% 인하하며 단백질 간편식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어, 부담 없이 꾸준히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오후 운동을 앞두고 있다면 더욱 추천하는 조합이다. 조합 3.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하다면, 도시락 단일 조합 편의점 도시락의 완성도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GS25의 혜자로운 도시락 시리즈는 고물가 속에서도 3,000원~6,200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고, 신제품 출시 일주일 만에 15만 개가 팔릴 만큼 수요도 높다. 좀 더 특별한 한 끼를 원한다면 에드워드 리 셰프 컬래버 도시락도 좋은 선택이다. 폭립&갈비함박, 버번소스 돈목살덮밥 등 레스토랑급 구성을 5,500~5,900원에 즐길 수 있어, 평범한 편의점 도시락과는 확실히 다른 만족감을 준다. 오전 내내 수업을 듣고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할 때, 아쉽지 않을 선택이다. GS25 우리동네GS doq에선 이벤트 및 할인으로 도시락 및 즉석식품을 최대 45% 할인받을 수 있다. 특히 이달의 피크닉 도시락(5,900원)은 4월 7일부터 30일까지 농협카드로 결제 시 50% 할인이 적용되어 실제로는 2,950원에 즐길 수 있다. 카드 한 장 차이로 도시락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니, 농협카드가 있다면 반드시 챙겨두자. 나만의 꿀조합, 이제 당신 차례다 매일 반복되는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고민, 사실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긴 줄도, 배달비도, 먼 거리도 필요 없이 학교 앞 GS25 한 곳에서 충분히 해결된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편의점 점심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접근성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상시 운영되는 플러스 행사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처럼 익숙한 메뉴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단순하다. 빠르게 먹을 수 있고, 익숙한 맛에 부담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합 하나만 더하면 단순한 한 끼가 꽤 만족스러운 식사로 바뀐다. 결국 편의점 점심의 매력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 시간이 없다면 삼각김밥 조합을, 배가 많이 고프다면 도시락 조합을, 운동 후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면 닭가슴살이나 단백질 음료를 더한 조합을 고르면 된다.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게 메뉴를 조합하는 순간, 편의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나만의 식당이 된다. 변의정 기자, 김건우 수습기자
제 762 호 MZ세대가 불교를 다시 읽는 방식, 불교 코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교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불교는 더 이상 엄숙하고 거리감 있는 종교로만 머무르지 않고, 젊은 세대의 취향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진스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불교 관련 도서, 템플스테이 등의 사례는 불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교 코어란 불교 코어는 일상복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와 불교를 합성한 말로,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교 철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패션·공간·굿즈 등 일상 전반에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현상이다. 전통적인 종교 실천이라기보다, 불교의 상징이나 사유 방식을 보다 가볍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즉 믿어야 하는 종교로서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는 일종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불교 코어 확산 배경 불교 코어 확산의 중심에는 ‘뉴진스님’으로 알려진 스님이 있다. 2025년 승려복 차림으로 불교박람회 EDM 무대에 올라 “극락도 락이다” 같은 유쾌한 표현으로 불교를 풀어내며 MZ세대에게 기존 종교 이미지와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당시 2025 불교박람회는 전년보다 관람객이 3배 이상 늘었고, 관람객의 80%가 2030세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등회와 뉴진스님 관련 영상도 SNS에서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와 같은 불교의 해체적 태도는 불교를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부처상에 헤드셋을 씌우거나 불교를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는 시도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불교가 성취를 키우기보다 욕망을 줄이는 데 방점을 두는 종교라는 점에서,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청년층에게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불교 코어 사례 불교 코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들 수 있다.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불교가 놀이가 되고, 전통이 산업이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체험형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반야심경을 현대 음악과 결합한 ‘공 파티’, 관람객이 메시지를 뽑는 ‘공 뽑기’, 크리에이터 굿즈전, AI를 활용한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박람회에는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는 73%였고, 무종교인 비중도 48%에 육박했다. 현장에는 2030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몰렸으며, 높은 관심 속에 현장 등록이 조기에 마감되기도 했다.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포스터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사진: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729) 불교 관련 상품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판매된 ‘깨닫다’ 티셔츠처럼, 부처나 불교의 메시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제작·판매되고 있다. 불교 관련 도서의 판매 증가도 두드러진다. ‘반야심경’ 관련 서적의 2030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9% 늘었고,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의 2030 독자 구매량도 58.6% 증가했다. 『초역 부처의 말』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고, 『싯다르타』 역시 2030 독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템플스테이 참여자 가운데 20~30대 비중도 2019년 32.1%에서 2023년 40.7%로 증가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사진: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938783) 이 밖에도 ‘나는 절로, 직지사’처럼 사찰을 배경으로 한 만남 프로그램, AI가 마음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명상법을 제안하는 국제선명상대회, 불교 기반 브랜드와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 등은 불교가 더 이상 종교로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MZ세대는 불교에 끌리는가 MZ세대가 불교에 끌리는 데에는 불교의 개방적인 성격과 이를 접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10~20대를 중심으로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믿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외부의 절대자보다 자기 안을 돌아보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적고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된다. 여기에 콘텐츠를 통한 접근성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블랙핑크 제니의 ‘ZEN’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처럼 불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더 이상 낯선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템플스테이와 명상 같은 체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불교 코어의 한계 불교 코어를 둘러싸고는 상업화와 피상적 소비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나온다. 불교박람회에서는 예년보다 높아진 굿즈 가격과 불교 본연의 가치와 다소 거리가 있는 상품 구성, 수행과 성찰 중심의 부스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입장 대기와 사전 등록 혼선까지 겹치며 운영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불교 용어가 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청년층의 고통을 잠시 덜어주는 문화 소비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 관심이 더 깊은 이해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열기 역시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 코어의 확산, 그 다음은 ▲ 불교코어 티셔츠 홍보 포스터 (사진: https://www.instagram.com/p/DH41mM4TTJQ/) 불교 코어는 단순히 종교가 젊어졌다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박람회,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심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의 확산이 콘텐츠와 행사 중심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도 관심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결국 불교 코어의 지속적인 유지는 이러한 관심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지연 기자
제 762 호 세컨핸드가 ‘힙’이 된 시대, 커지는 리커머스 시장
최근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이 유통 업계와 소비문화 전반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과거 중고 거래가 불황기 대안이나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백화점까지 참여하는 유통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속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과 취향을 드러내려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면서, 세컨핸드와 리커머스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컨핸드와 리커머스 시장이란 세컨핸드는 중고 거래로, 다른 사람이 한 차례 사용했거나 소유했던 물건을 다시 소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중고 거래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패션 분야를 중심으로 더 자주 사용된다. 빈티지나 구제가 희소성 및 연식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면, 세컨핸드는 비교적 최근 상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리커머스 시장은 세컨핸드 소비가 체계적인 시장 구조를 갖추어 발전한 형태이다. 단순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플랫폼이 검수와 정산을 담당하고,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재판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 거래를 자사 포인트와 연계하거나 재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도 등장하면서 리커머스는 하나의 유통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 달라지는 인식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5년 43조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이 2023년 26조 원, 2024년 약 3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 국내 중고거래시장 규모 전망 (사진: https://www.mt.co.kr/living/2026/03/07/2026030511103018447)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했고, 플랫폼 전체 거래 건수도 52% 늘었다. 무신사 유즈드 역시 서비스 초기와 비교해 거래액이 374% 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응답자의 61.7%가 중고 의류 소비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고,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43.2%에 달했다. 최근 1년 내 중고 물품을 구매한 경험은 10대 64.0%, 20대 68.0%, 30대 62.0%, 40대 59.0%, 50대 51.0%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이용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세컨핸드가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커머스 시장 사례 ▲ 동묘 빈티지샵 추천 (사진: https://www.instagram.com/p/C2ev9rhLJSH/) 리커머스 시장의 변화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동묘이다. 과거에는 중장년층 중심의 중고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102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까지 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직접 골목을 돌며 자신만의 물건을 찾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즐길 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번개장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000만 명, 월간 거래액은 평균 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용자의 60% 이상이 2030세대이며, 글로벌 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중고 거래가 해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과 브랜드, 유통업계 역시 직접 리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중고 거래 서비스를 확장했고,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보유한 중고 제품을 보내면 포인트로 보상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LF와 코오롱FnC 역시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세일 구조를 구축하거나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하며 리커머스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중고 거래가 더 이상 일부 플랫폼만의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사가 직접 관리하는 공식 유통 구조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신사 유즈드 (사진: https://www.musinsa.com/content/1406910873747760340) 리커머스 시장의 성장 배경 리커머스 시장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고물가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중고 의류 구매 경험자들은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79.1%는 중고 의류를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인식했고, ‘정가보다 저렴해서 좋다’는 응답은 81.4%, ‘새 상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32.0%였다. 이와 더불어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의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이미 생산된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소비가 환경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고 거래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가치소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소비 심리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리커머스는 단순히 저렴해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가격의 타당성과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는 희소성이나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 구매를 결정하며, 환경을 고려한 소비라는 만족감도 얻는다. 또한 하나의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 경험한 뒤 다시 판매하고 다음 소비로 이어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한정판이나 희소 상품을 찾기 위한 중고 거래 이용이 늘고 있으며, 취향 탐색과 재소비가 연결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소비문화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리커머스 확산은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단계에서부터 재판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하나의 중고 거래가 또 다른 중고 거래로 이어지는 소비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중고 의류 판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0.4%에 달했으며, 판매 이유로는 ‘버리기 아까워서’와 ‘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락인 효과도 나타난다. 고객이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포인트를 받으면, 그 포인트는 다시 같은 브랜드나 플랫폼 안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를 활용해 고객이 자사 유통망 안에서 중고 거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리세일 보상을 자사몰 포인트로 지급해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중고 의류 구매 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요소로는 제품 상태 불량 50.8%, 거래 사기 44.7%, 가품 우려 37.7%가 꼽혔다. 향후 중고 의류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응답은 높지만, 품질 차이와 신뢰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리커머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거래 편의성뿐 아니라 검수,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확산되는 리커머스, 앞으로의 과제 세컨핸드 트렌드와 리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단순한 중고 거래 증가로만 볼 수 없다. 고물가에 대응하려는 실속 소비, 패스트 패션에 대한 피로감, 가치소비와 취향 소비, 재판매까지 고려하는 순환형 소비가 한데 맞물리며 새로운 시장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확대가 곧바로 건강한 소비문화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리커머스 시장은 거래 신뢰와 품질 관리,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컨핸드가 하나의 주류 흐름으로 떠오른 지금, 리커머스 시장은 앞으로의 소비문화와 유통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김지연 기자
제 762 호 수어가 연결하는 세상, 소통의 현주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되돌아본다. 점자블록이나 저상버스처럼 눈에 보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장벽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통의 장벽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 한마디, 안내방송 한 줄, 짧은 설명 하나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닿지 않는 정보가 된다. 특히 소통의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정보 접근과 사회 참여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수어 통역과 배리어프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수어는 낯선 언어로 남아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수어가 지닌 의미와 이를 둘러싼 최근의 변화를 다시 살펴볼 시점이다. 수어에 대한 이해와 오해 수어는 소리로 말을 배우기 어려운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독립된 어휘와 문법 체계를 갖추었으며, 손과 손가락의 모양(수형)/손바닥의 방향(수향)/손의 위치(수위)/손의 움직임(수동)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와는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다. 과거에는 ‘수화’라고 불렀지만,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이를 하나의 언어로 본다는 의미를 담아 ‘수화언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수어’ 또는 ‘수화언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때 농인은 청각장애인 전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가운데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청각장애인을 농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러한 언어생활과 정체성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이 농문화다. 수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공통어라는 인식과는 달리, 나라별로 다르게 발달해 서로 다른 언어로 존재한다. 또한 수어를 익혔다면 한국어로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농인에게 한국어는 또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농인이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도 이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이 입 모양만으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수어를 하는 모습 (사진: https://www.dongascience.com/ko/news/76278) 수어를 둘러싼 변화 최근 수어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 중 하나는 국회의 수어통역사 직접고용이다. 국회는 2026년 3월, 기존 용역 계약 형태로 운영해 오던 수어통역사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신규 수어통역사 8명을 임명했다. 이는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수어의 사용 환경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한국수어사전’에는 1만 5천 개가 넘는 수어가 등록돼 있으며, 일상생활 수어뿐 아니라 법률·교통·의학 같은 전문 용어와 문화정보 수어까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더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외래어와 고유명사도 관련 기관의 연구를 거쳐 계속 보급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질병관리청과 각 지자체의 브리핑 화면 한쪽에 수어통역이 함께 제공되면서 시민들이 수어를 이전보다 자주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수어를 사용하는 인물이나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어통역 활동가 양성 교육이나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어 교육 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어를 사용하는 연예인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시작된 변화,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충분한 환경 조성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제도상 지상파 방송의 수어통역 편성 의무 비율은 전체 방송 시간의 7% 수준에 그친다. 교육 현장에서도 한계는 분명하다. 지난해 전국 청각장애 학생 2,812명 가운데 1,653명, 즉 58.8%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어통역이나 전문 지원 인력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수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넉넉하지 않다. 최근 5년 사이 청각장애 특수학교는 강원과 전남에서 각각 1곳씩 문을 닫아 전국 12곳만이 남았고, 이 가운데 7곳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의 2023년 조사에서도 청각장애인 응답자 500명 중 84.6%가 학교에서 가장 원하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수어를 꼽았지만, 언어 능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6세 미만 시기에 수어를 배운 비율은 10.2%에 불과했다. ▲ 전국 청각장애 학생 수와 특수학교 수 비교 (사진: https://www.seoul.co.kr/news/society/education-news/2026/02/04/20260204010003?wlog_tag3=naver) 고용 문제도 비슷하다. 2024년 새로 등록된 장애인 85,947명 가운데 청각장애인은 3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2025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청각장애인 고용률은 29.5%에 머물렀다. 이는 시각장애인 42.6%, 지체장애인 42.3%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이다. 이처럼 수어의 공용어 지위 확보와 접근성 확대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농인들의 삶으로까지 변화가 충분히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적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이행은 여전히 더디다. 진정한 포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마련을 넘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내미는 손, 수어 수어는 단순한 몸짓이 아닌 하나의 완전한 언어이며 농문화의 핵심이다. 수어를 배운다는 것은 소통의 도구를 하나 더 익히는 것을 넘어, 농인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서는 행동이다. 장애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수어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아래 한글 수어 자음·모음 사진을 참고하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수어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작은 손짓 하나로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가 될 수 있다. ▲ 한글 지문자 (사진: https://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569) 김지연 기자, 서성민 수습기자
제 761 호 스트리밍 시대에 LP를 찾는 사람들
▲ 다양한 장르의 LP 앨범들 (사진: 박찬웅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수천만 곡을 들을 수 있는 시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이후 음악 시장은 ‘소유’ 중심에서 ‘접근’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특정 음반을 구매하지 않아도 원하는 음악을 즉시 선택해서 듣고,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곡을 발견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작년 기준 전체 음악 산업 매출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음악 산업의 중심이었던 CD나 카세트 테이프 등은 점차 사장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 산업의 흐름 속에서 이례적으로 LP(바이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P 시장은 작년 기준으로 약 6.1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LP 산업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11.2%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때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으며 점차 사라지는 듯 했던 LP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접근’에서 ‘소유’로, LP의 재발견 ▲1960년대 LP 앨범 (사진: 박찬웅 기자) Long Playing Record, 약칭 LP는 기존 음반 규격인 SP의 짧은 재생 시간과 낮은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매체다. 1948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60년대 ‘앨범’이라는 개념이 확립되면서 LP는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러한 전성기는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휴대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D와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하면서 LP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0년대에 들어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자, LP는 사실상 주변 매체로 밀려났다. 실제로 한때 국내에서는 약 13년 동안 LP를 생산하는 공장이 전무할 정도로, LP는 완전히 과거의 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렇게 잊혀지는 듯 했던 LP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지털 중심의 음악 시장 속에서 ‘소유’에 대한 욕구가 다시 부각받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음악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가진다’는 개념은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음악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실물로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고, LP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매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LP는 단순한 음반이 아니라 ‘경험’의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턴테이블 위에 음반을 올리고 바늘을 내려 음악을 감상하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디지털 음원이 제공하는 즉각성과 편리함과 달리, LP는 느림과 불편함을 통해 오히려 음악 감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경험은 빠르고 효율적인 소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P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LP를 수집하거나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LP는 단순한 음악 매체를 넘어 하나의 감성적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소장하거나 희귀한 음반을 찾는 과정은 취미이자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SNS를 통해 공유되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LP에서 만나다 ▲LP를 파는 레코드숍 (사진: 박찬웅 기자) 최근 LP의 유행을 보여주는 장면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대와 이태원, 성수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동네에 위치한 LP 카페와 레코드숍은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음악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예스24의 LP 연령별 구매자 연령비 조사에 따르면 20~30대가 전체 LP 구매의 약 36.3%를 차지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를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세대가 오히려 물리적 소유와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은 새로운 음악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편리함과 알고리즘 기반 추천으로 접근성을 극대화한다. 반면 LP는 느리지만 몰입도 높은 감상 경험을 제공하며, 음악을 단순 소비하는 것을 넘어 행위 자체가 경험이 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발견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곡이나 앨범을 LP로 소장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재발매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LP (사진: 박찬웅 기자) 음악 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단순히 디지털 음원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LP와 굿즈를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컬러 바이닐, 한정판 LP, 사인 음반 등은 음악 감상을 넘어 취향과 팬덤을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이 되어 LP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경험적, 문화적 선택이 되도록 만든다. LP 열풍이 시사하는 것 결국 LP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 현상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속에서 변화한 음악 소비 방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소비할 수 있는 ‘접근의 시대’를 열었다면, LP는 그 반대 지점에서 ‘소유’와 ‘경험’의 가치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소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오히려 느림과 불편함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LP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도 읽힌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감각과 경험을 포함한 ‘문화적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찬웅 기자
제 761 호 열심히 사는 척하는 시대, 미루기와 가짜 바쁨이 만든 함정
현대인은 늘 바쁘다. 해야 할 일은 늘 쌓여있고, 하루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바쁜 일상에서도 정작 중요한 일은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바쁜 것이 아니라, 바쁜 척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가짜 바쁨’이라는 두 가지 심리적 현상에서 비롯된다. ▲바쁜 현대 사회인들의 모습(사진: https://naver.me/FFG0Cbsd)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원인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해야 할 일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행동으로, 단순한 게으름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이유는 과제가 주는 심리적 부담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시작 자체를 어려워한다. 여기에 막연한 불안감이나 해당 과제에 대한 흥미 부족까지 더해지면 미루는 행동은 더 강화된다. 결국 이러한 감정들은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고 싶다’라는 심리로 이어지며, 미루는 행동을 습관처럼 반복하게 만든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신경과학적 근거 이러한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의 이면에는 신경과학적 근거가 있다. 뇌의 변연계는 어렵거나 불쾌한 과제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인 회피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 중심에 있는 편도체는 두려움과 불안을 처리하면서 우리를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행동으로 이끈다. 반면 장기적인 계획과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이 충동을 억제해야 하지만, 눈앞의 보상이 주는 유혹 앞에서는 변연계에 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심리학자 파이칠(Pychyl)과 시로이스(Sirois)가 제안한 ‘기분 조절 이론’에 따르면,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불쾌한 과제와 연관된 부정적인 감정을 잠깐이나마 피하려는 정서 조절 전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미루기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결과도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결국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과 뇌의 구조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짜 바쁨의 심리적 기제 이처럼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가짜 바쁨’이 등장한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이 회피의 출발점이라면, 가짜 바쁨은 그 회피를 유지하게 하는 연료인 셈이다. 가짜 바쁨은 심리적 방어 기제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인식이 불안감과 죄책감을 희석하는 역할을 한다. 즉,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견디기보다 다른 무언가로 스스로를 ‘바쁜 상태’에 놓아 두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피하려는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가짜 바쁨은 단순한 딴짓이 아니라, 내면의 불안을 달래고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가짜 바쁨의 사회·문화적 확장 이러한 가짜 바쁨의 심리적 뿌리는 개인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으로까지 확장된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활동 그 자체를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알림을 처리하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도파민을 분비하며 작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느낌 자체가 습관처럼 굳어지기 쉽다. 또한 현대 사회는 바쁨을 일종의 성실함과 능력의 척도로 보는 경향이 있어, 실제 성과보다 ‘바빠 보이는 모습’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가짜 바쁨은 불안을 달래려는 개인의 내적 전략이자, 사회적 시선에 맞추려는 외적 반응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힘이 맞물릴 때 가짜 바쁨은 더욱 단단해지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벗어나기 어려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가짜 바쁨과 미루기가 만드는 착각의 악순환 가짜 바쁨은 일상 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되는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거나, 보여 주기 식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중요하지 않은 회의에 참석하는 행동들이 대표적이다. 대학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집중할 뿐 내용은 남지 않거나, 강의 시간에 필기하는 데 몰두하지만 정작 핵심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가짜 바쁨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인 목표나 성장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결합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일을 미루는 대신 덜 중요한 일로 자신을 바쁘게 채우면서, 스스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개인은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게 되고, 진짜 해야 할 일은 계속 뒤로 밀려난다. ▲ 기사와 관련된 이미지 (사진: Chat GPT) 본질적으로 생산적인 행동은 사고를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성장이나 커리어와 연결된다. 반면 가짜 바쁨은 깊은 사고 없이 반복되는 ‘노동’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가시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타인의 시선에 의해 ‘바빠 보이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행동에 집중하려는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짜 바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목적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다. 외부의 요청이나 타인의 시선이 개입되는 활동은 일정한 시간에 제한적으로 처리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중요한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바쁨을 넘어,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시간을 사용했는가이다. 프로크라스티네이션과 가짜 바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회피 대신 중요한 과제에 집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결국 진짜 생산성은 ‘바쁜 상태’가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은 가짜 바쁨과 진짜 생산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며, 행동의 방향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된다. 바쁨은 노력의 증거일 수는 있지만, 성과의 증거는 아니다. 이제는 바쁘게 보이는 삶이 아니라, 실제로 중요한 것을 이루어내는 삶으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다. 이윤진 기자, 서성민 수습기자
제 760 호 소주 대신 사이다로 짠, 달라진 음주 문화
소주 대신 사이다로 짠, 달라진 음주 문화 ▲대학 술자리(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2501308) 과거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나 2030세대의 회식 자리에서는 술을 억지로 권하거나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만연했다. 성인이 되면 주량을 늘리는 것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기기도 했다. 이러한 강압적인 음주 문화는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사고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가와 청년층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술을 강요하기보다는 각자의 주량과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억지로 술을 마시는 대신 잔에 사이다나 물을 채워 건배만 하는 등 주류 소비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과 가성비 중심의 '소버 큐리어스' 확산 2030세대가 술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로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꼽힌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에 취하지 않은’과 ‘호기심이 많은’의 합성어로 술을 마실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태도, 헬시 플레저는 ‘건강’과 ‘기쁨’의 합성어로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태도를 말한다. 즉, 2030세대 대부분이 몸에 좋지 않은 술을 굳이 마셔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의도적으로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건강을 챙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취하는 대신 독서나 운동 등 취미 생활을 즐기고, 바디 프로필 촬영이나 러닝 기록을 SNS에 인증하는 것을 자기 관리의 척도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했다. 고물가 시대에 비싼 안주와 술값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 한 번 마시면 사라지는 매몰 비용인 술값 대신, 자기 개발이나 맛있는 한 끼 식사 등 효용이 확실한 곳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젠지 세대(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소주와 맥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쓴맛을 거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억지로 취하기보다 하이볼, 와인, 칵테일 등 다양한 주종을 가볍게 즐기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세분화되었다. 수치로 증명된 국내외 음주율 하락 주류 기피 현상은 실제 통계와 상권의 변화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의 음주율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으로 20대와 30대의 음주율만 동반 하락했다. 20대의 음주율은 2020년 64.4%에서 2024년 63%로 하락했고, 30대 역시 69.2%에서 65.3%로 줄었다. 특히 주 2회 이상 폭음하는 20대 고위험 음주율은 2018년 15.9%에서 2024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인 9.9%까지 떨어졌다. 국내 성인의 하루 음주량 자체도 2024년 기준 109.7g으로 2014년 대비 30.3%나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현상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건강에 안전한 알코올 섭취량은 없다"라며 사실상 금주를 권고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인의 음주율은 54%로 1939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8~34세 청년의 절반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맥주 강국인 독일의 맥주 판매량 역시 10년 전 대비 13.7% 감소했다. 소주 매출 감소와 줄줄이 문닫는 호프집 ▲소주 매출 그래프(출처: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9493) 주류 시장의 양대 산맥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실적은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3%, 롯데칠성음료는 9.6% 감소했다. 국내 주류 출고량 역시 5년 새 6.7% 줄어들자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100년 가까이 유지되던 소주의 16도 벽을 깼다. 참이슬, 처음처럼, 새로, 진로 등 주요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15.7도 안팎으로 일제히 낮추며 순한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줄어든 서울시 호프, 간이주점 점포 수(출처: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 주류 소비 감소로 인한 상권의 위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1만 6,887개였던 서울 시내 호프·간이주점은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2023년 4분기 1만 6391개까지 반등하며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음주 문화가 급변하면서 점포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작년 3분기 기준 서울시 호프, 간이주점 점포 수는 1만 4,357개를 기록하였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상권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달라진 음주 문화로 2년여 만에 주점 2,034개(12.4%)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떠오르는 무알코올 시장, 지브라 스트라이핑 전통적인 주류 소비가 줄어든 빈자리는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음료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음주를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되 상황에 따라 술과 논알코올 음료를 번갈아 마시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지브라 스트라이핑(Zebra Striping)' 소비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시장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 서울 연남동에는 논알코올 맥주, 와인, 칵테일 등 전 세계 70~80종의 무알코올 음료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오프라인 편집숍까지 등장했다. 기존 주류 업체들 역시 카스 올제로, 하이트제로 0.00 등 알코올과 칼로리를 덜어낸 제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취하기 위해 마시던 과거와 달리 삶의 질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는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가, 오랜 주류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위기, 사회는 긍정적 변화 2030세대의 주류 소비 감소는 기존 주류 산업과 대학가 상권에 생존을 위협하는 분명한 위기다. 관련 업계는 기존의 고도수 주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무알코올 저도수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생존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반면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맹목적으로 술잔을 부딪치며 관계를 맺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이제 젊은 세대는 스스로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기고 각자의 취미 활동과 자기 계발에 온전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음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의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취하기보다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장은정 기자
제 760 호 '충주시 홍보맨'으로 본 미디어의 파급력
▲김선태 씨 (출처: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82/0001255592)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행보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충주시 홍보맨’으로 알려졌던 김선태 씨. 그가 공직을 떠난 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자 단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유튜브 채널 성장 속도와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수치로 볼 수 있다. ‘충주시 홍보맨’으로 익히 알려진 김선태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충주시 SNS 관리자를 맡아 운영하며 기존의 공공기관 홍보 방식에서 벗어난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충주시 채널은 지자체 유튜브 채널 가운데서도 높은 인지도를 얻었고, 김선태 주무관 역시 하나의 콘텐츠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퇴사와 개인 채널 개설 소식은 자연스럽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무원의 퇴사가 주요 뉴스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콘텐츠 제작자였기 때문에 그 행보 자체가 화제가 된 것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 후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 달성, 그 이유는? ▲구독자 100만을 달성한 김선태 씨의 유튜브 채널 (출처: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076/0004381192) 김선태 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개설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빠르게 소식이 확산되었다. 많은 사람이 “홍보맨이 개인 채널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공유하며 구독을 권했고, 이러한 관심은 곧 실제 구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채널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적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 플랫폼이 가진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유튜브는 구독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정 콘텐츠나 채널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관심을 받으면 알고리즘이 이를 인기 콘텐츠로 판단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한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영상을 접하게 되고, 구독자와 조회수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또한 김선태 씨의 경우 이미 충주시 채널을 통해 형성된 팬층이 존재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많은 시청자가 단순히 충주시라는 기관이 아니라 ‘홍보맨 김선태’라는 캐릭터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개인 콘텐츠 제작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방송사나 언론사와 같은 기관이 콘텐츠 제작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크리에이터 역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김선태 씨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폭주하는 협업과 광고 요청으로 알 수 있는 ‘미디어 영향력’의 확대 ▲ 김선태 씨 유튜브 영상에 달린 여러 기업의 댓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8fdEYaDtfM) 채널의 구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기업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여러 기업이 협업이나 광고 제안을 보내기 시작했고, 일부 브랜드는 그의 콘텐츠와 연결된 마케팅 전략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는 개인 크리에이터 한 명이 기업의 홍보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텔레비전 광고나 신문 광고가 기업 홍보의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와 SNS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이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구독자 수가 많은 콘텐츠 창작자는 특정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된다. 김선태 씨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된 광고 환경을 잘 보여준다. 한 개인의 콘텐츠가 수십만 명에게 전달될 수 있고, 그 영향력이 실제 기업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례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해서 영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이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 역시 기존 공공기관 홍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참신한 접근과 대중과의 친근한 소통 방식 덕분이었다. 이는 미디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공감을 얻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디어의 시대, 콘텐츠 활용의 방향은? 김선태 씨의 사례는 오늘날 미디어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지방자치단체의 이미지를 바꾸고,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며, 기업의 관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미디어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튜브와 SNS 플랫폼은 개인과 기관, 기업을 연결하는 주요 소통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의 파급력을 결정하는 것은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이다. 충주시 홍보맨 사례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미디어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지금, 미디어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아닐까? 박찬웅 기자
제 760 호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어떤 전시 보러 갈까?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어떤 전시 보러 갈까?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 기자간담회 현장(사진: https://m.weekly.cnbnews.com/m/m_article.html?no=202222) 지난 1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성희는 2026년 새해를 맞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진행될 주요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전시에는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비롯해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 미국 모더니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국내 첫 소개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전시가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서울·과천·청주 등 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될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과 근현대 미술사를 폭넓게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거장전 전면화, 국내외 예술가들의 대규모 개인전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 관별 전시계획 (사진: https://www.daljin.com/?WS=31&BC=cv&CNO=346&DNO=23482&PHPSESSID=4d789d267fb13b1279ee6204737ff15a) 올해 전시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거장 작가들의 개인전 전면화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전시는 올해 3월 6일 예정된 아시아 최초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영국 현대미술을 이끈 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YBA)의 대표 작가로 줄곧 ‘죽음과 욕망, 과학’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던 허스트의 파격적인 시각을 직접 마주할 기회다. 또한, 조지아 오키프를 필두로 미국 모더니즘을 조명하는《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전이 진행될 예정으로, 오키프의 작품이 국내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기획전으로는 5월부터 9월까지 한일 수교 60주년으로 요코하마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전이 열린다. 아울러 ‘이건희컬렉션’ 국외 순회전은 미국 워싱턴에 이어 시카고와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며 ‘K-미술’의 열기를 세계로 확산할 예정이다.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사진: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51737001#ENT) ▲서도호, ‘Nest_s’, 2024 (사진: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51737001) 서도호, 이대원 등 한국 미술의 세계적 위치 공고하게 만든 한국 작가들의 위상을 강화하는 전시도 풍성하다. 서울관에서는 ‘집'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한국의 설치미술가인 서도호 작가의 사상 최대 규모 개인전이 열려 ‘이주’와 ‘공간’을 화두로 한 그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박석원, ‘빛의 작가’ 방혜자, 회화의 이대원 등 거장들의 회고전이 준비된다. 도불(渡佛) 작가들의 정체성을 다룬 《파리의 이방인》과 한국 개념미술의 경향을 살피는 기획전 등을 통해 한국 미술사의 맥락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최전선과 근현대 미술사의 굵직한 흐름을 동시에 관통하는 폭넓은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 ‘역대 최다 346만 명’ 성과 발판, MMCA 신규 사업 실시 ▲MMCA 보존학교 프로그램 (사진:https://museum.or.kr/museums_news/?mod=document&uid=6562)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론 뮤익 전시 흥행과 상설전 활성화에 힘입어 역대 최다인 346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국가 미술관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우수콘텐츠를 지역에 확산하는 신규 사업 “MMCA 지역동행” 을 추진한다. 또한 최근 현대미술은 복합 재료와 실험적 기법의 확산으로 보존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MMCA 보존학교”를 추진하여 청년층을 대상으로 미술품 보존전문가 양성을 교육한다. 올해는 18명을 선발하고 3월부터 본격 교육을 시작한다. 이 밖에도 신규 사업 중 “디지털 아카이브 이미지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실시하여 국가 미술관으로서의 공적 역할을 한층 강화하고, 학예연구 국제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미술관의 연구 및 아카이빙 역량을 높일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2026년의 기대감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행보는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고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드러내고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강의내용이나 교과서, 도록으로만 접하던 미술사에 남겨진 작가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직접 감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다. 올 한 해 다가오는 굵직한 기획 전시들이 관람객들에게 어떤 시각과 화두를 던져줄지 큰 기대를 모은다. 변의정 기자, 서성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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