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7 호 저소비 코어와 요노(YONO)현상
저소비 코어와 요노(YONO)현상
과거에는 욜로(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것)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과소비를 조장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요노(You Only Need One)라는 저소비 트랜드가 유행하고 있다.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란 말 그대로 과소비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필요한 물품만 구매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 등장했던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일명 아나바다 운동이 떠오르는 저소비 코어이다. ‘노멀 코어’ 또는 ‘노멀 소비’라고도 불린다.
저소비 코어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옷장에 계절별로 필요한 옷 몇 가지만 단출하게 두거나, 치약 튜브를 끝까지 쓰는 것, 모서리가 닳은 부모님의 핸드백을 물려받는 것들도 저소비 코어의 예에 해당한다. 과도한 소비 추세를 지양하고, 소박하고 작은 것들도 일상을 채워가는 생활 방식이 저소비 코어이다.
소비단식이란
저소비 코어의 일종으로 소비 단식도 있다. 애나 뉴얼 존스의 「나는 빚을 다 갚았다」에 따르면 소비단식은 말 그대로 소비를 중단하는 것이다. 목표 기간을 정해서 꼭 필요한 비용(집세, 식비, 난방비 등) 외에는 일절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소비단식을 직접 실천해 보고, 실천 과정과 결과를 책으로 펴낸 「소비단식 일기」의 저자 서박하는 '소비 단식이란 (반드시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제외하고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비단식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책 「소비단식 일기」 (출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0508133)
소비단식의 방법
「소비단식 일기」에 따르면 소비 단식을 시작하기 위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소비단식을 결심했을 때 바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매일 돈 쓰는 곳을 기록해야 한다. 돈 쓰는 곳을 기록해 두어야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그것이 꼭 필요한 소비였는지, 낭비는 아니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 내역을 꼼꼼히 분석하는 일을 회피하는 것에 대비하여, 몇 개월 치 소비 기록을 살펴보는 것보다는 당일 소비 기록을 살펴보며 매일 새롭게 다짐하고 반성할 것을 제안한다. 만약 소비단식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면, 하루 동안 돈을 쓰지 않는 '무지출 데이'를 만들어 필요한 것 외에는 지출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도 특정 기간 동안 아예 소비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몇 가지의 소비 단식 원칙을 세워 지킬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소비단식 일기」에서 서박하 작가는 '나 자신만을 위한 소비는 하지 않는다.', '생필품은 산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4가지의 기본 원칙을 세우고 소비 단식을 시작한다.
물론 이렇게 소비단식을 하다 보면, 다이어트처럼 요요 현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럴 때에는 소비 단식을 시작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무지출 데이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것이다. 또한 비상금을 정해 치팅 데이와 같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는 날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비상금을 크게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5만 원처럼 작은 단위에서 시작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도로 한도를 정해야지 무작정 큰 금액으로 정하면 소비 단식을 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필요는 없지만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리스트를 만들어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 정도 고민해 보고 구입하기, 앱 카드 결제 앱 삭제 및 신용 카드 없애고 체크카드만 사용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았던 소비단식 방법은 과도한 소비의 원인은 쇼핑을 통해 즉각적인 성취를 통해 기쁨을 느끼기 위함이니, 쇼핑을 대신할 자신만의 작은 성취를 찾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서박하 작가는 글쓰기와 걷기를 통해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었다며, 필요한 것이 없는데도 쇼핑앱을 켜게 된다면 글쓰기와 걷기를 했다고 한다.
재테크와 소비단식
기대 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노후 자금 마련이 중요해지고, 이는 자연스레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돈을 불리는 재테크에 대한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예금, 적금, 주식, 채권, ETF 등 무작정 재테크를 시작하기에는 용어부터 방식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다. 당장 용어부터 어려워서 어떤 것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서박하는 소비단식을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한다. 소비단식은 따로 준비 없이 마음먹은 순간부터 돈을 쓰지 않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단식은 결국 예산 내에서 적절히 소비하는 습관으로, 적절한 소비 습관은 저축을 시작하게 만들어 이후 자연스럽게 재테크로 이어지는 나비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경제 위기라 할 만큼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과거 유행했던 아나바다 운동을 생각하며 소비단식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우들 중에도 소비 습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소비단식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은민 기자,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