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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37 호 서울은 ESFJ, 천안은 INFJ? Space-MBTI로 알아보는 지역문제 해결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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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79
김현지

서울은 ESFJ, 천안은 INFJ? Space-MBTI로 알아보는 지역문제 해결


“우리 지역? INTP야~”.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어색한 자리에서 말 트기 좋은 대화거리, 본인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성격의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 MBTI로 지역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징을 알파벳 4자로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역 Space-MBTI, 그게 뭔데? 


지난 2023년, 행정안전부는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지역 Space-MBTI’를 개발했다. 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지자체에 맞춤형 인구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인구 ▲입지 ▲지역가치 ▲라이프스타일 등의 120가지 항목을 기반으로 한다.


우선 MBTI의 외향형과 내향형에 해당하는 E와 I의 경우, '인구' 카테고리는 외부유인 E(Externality)와 내부안정 I(Internality)로 나뉜다. 관광객 등 외부에서 찾는 인구가 많은 지역은 E, 정주 인구가 많고 내부 인구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지역은 I이다.


두 번째로 '입지' 카테고리는 자연 요소 N(Nature)과 인공 요소 S(Structure)로 구분한다. 자연 자원을 활용해 관광객 등을 유도하거나 인프라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N, 지역 고유의 산업 역량으로 거점 도시로서의 인프라가 두드러지는 지역은 S가 된다.


세 번째, '지역가치' 카테고리는 전통 유산 T(Tradition)와 미래유산 F(Future)로 나뉜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적 유산이 많은 지역은 T, 근현대 산업 시설 등 새로운 경제 동력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지역은 F이다.


마지막으로, ‘생활방식'(Lifestyle) 카테고리는 일시적 P(Temporary)와 일상적 J(Journey)로 구분한다. 한시적으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 내거나 계절성이 강한 산업 비율이 높은 지역은 P, 연중 큰 변화 없이 일상적인 지역은 J이다. 


위의 항목에 적용해 보면, 서울의 경우 출퇴근과 관광 목적의 유입인구가 많으며(E), 우리나라 내의 수도로서 국가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S), 한옥마을과 궁궐 등 전통적 문화유산이 많으며 계절의 영향을 비교적 받지 않기 때문에(J) ESFJ에 해당한다.


내부 인구 중심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I), 충청남도의 최대 도시로 수도권과 남부 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N) 천안은 도시첨단산업단지 건설 중에 있으며(F), 큰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J), INFJ에 해당한다. 

▲강원도를 대상으로 한 Space-MBTI 결과표 (사진: 건축공간연구원 공식 사이트 https://www.auri.re.kr/gallery.es?mid=a10308000000&bid=0006&act=view&list_no=1995

)


위의 표에서 파란색은 현재를 뜻하며 주황색은 지자체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충남 공주시의 경우는 INTP의 특성을 가졌는데, 이는 공주시가 정주인구 중심으로 자연자산 활용도가 높으며 역사문화자원 등 전통 유산 요소를 중시하고, 일시적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공주시의 경우, 향후전통 유산 가치와 일시적 집중도가 높은 요소는 유지하되 외부인구를 더 유입하고 도시적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중심지인 ESTP 유형을 지향하고 있다. 이 경우 외부에서 귀촌·귀향을 유도하고 원도심 활성화 등을 통해 E와 S 요소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지방 소멸과 Space-MBTI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올해 전국 유·초·중·고교 학생 수가 전년 대비 1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학생 수도 전년 대비 3만5000여명이 줄었다.특히 지방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며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과 행정안전부는 나눠진 지역 특성을 토대로 지역에 맞는 축제, 관광 상품 등을 개발해 인구 유입 정책의 수립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인구 감소 지역 지도 (사진: 행정안전부 공식 사이트 https://www.mois.go.kr/frt/sub/a06/b06/populationDecline/screen.do)


건축공간연구원은 올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인구감소지역 특성을 진단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활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Space- MBTI 진단은 정부의 제1차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



지역 정체성을 진단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MBTI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색다른 연구가 지방의 소멸에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한다. 여러 지역들이 Space-MBTI를 바탕으로, 빵의 도시 대전과 같은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지방소멸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이은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