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7 호 2026 상반기를 휩쓴 밈 총정리
올해 상반기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피드는 유난히 분주했다. 한 주가 멀다 하고 새로운 챌린지가 올라왔고, 어떤 밈은 며칠 만에 사라졌으며 어떤 유행은 학기 내내 살아남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행은 화면 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캠퍼스 안팎에서 실제로 학생들의 하루를 바꿔놓은 흐름도 있다. 유행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직접 따라 하고, 친구를 끌어들이고, 결국 습관이 된 경우이다. 본 기사에서는 캠퍼스 안팎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따라 하거나 공감했을 법한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48초짜리 하루
▲ 셋로그 예시
(출처 :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9502)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셋로그(SETLOG)'다. 인스타그램 안에서 유행한 영상 포맷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셋로그는 국내 스타트업 뉴챗이 만든 별도의 앱이다.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앱을 설치하고 그룹 공유방을 만든 뒤, 원하는 사람에게 초대 코드를 보내면 된다. 이후 알림이 울릴 때마다 1~2초 남짓한 영상을 찍어 올리면, 앱이 그것을 모아 하루치 브이로그를 자동으로 완성한다. 편집 기능도 필터도 없다. 아침에 눈 뜬 얼굴, 점심으로 먹은 피자, 오후의 여유로운 커피 한 잔 같은 장면이 그대로 쌓인다.
셋로그는 지난 4월 3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인기 차트 1위에 올랐고, 구글 플레이 다운로드는 50만 건을 넘어섰다. 인기의 이유로는 기존 SNS와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잘 나온 결과물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없고, 알림이 와도 넘기면 그만이니 말이다. 단지 한 시간에 한 번씩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2초만 담으면 끝나는 것이다.
이 방식이 대학생에게 특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기숙사 방이든 자취방이든 물리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셋로그를 켜두면 친구들의 하루가 같은 화면에 쌓인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서로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되는 셈이다.
시험 기간에는 이런 성격이 더 뚜렷해진다. 각자의 책상을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 "다들 비슷하게 버티고 있구나" 하는 감각이 만들어진다.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닌 상태, 학생들이 셋로그에서 얻는 것은 콘텐츠라기보다 이런 종류의 안도감에 가깝다.
즉, 셋로그는 ‘같이 있는 척’이다. 주변인을 만날 여유조차 없는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손동작 하나, 유행어 하나로 통하는 밈
셋로그가 '같이 있는 척'으로 유대감을 만들었다면, 짧은 손동작과 말 한마디로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는 유행 또한 상반기 캠퍼스를 흔들었다.
▲ 낭만부부 속 좋~다 밈 클립 (출처 : 연예인 ”김해준“ 인스타)
먼저 새끼손가락과 엄지를 차례로 펴 보이며 "좋~다"를 외치는 손동작이다. 개그맨 김해준과 나보람이 부캐 '김기필'·'나규리'로 등장하는 유튜브 콘텐츠 '낭만부부' 성남 모란시장 편에서,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시민이 리듬에 맞춰 이 손동작을 보인 장면이 클립으로 퍼지며 릴스·쇼츠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상황을 가리지 않는 만능 긍정 표현으로 자리 잡아 "점심 메뉴 좋다"처럼 텍스트와 이모지로도 쓰이는데, 일부 매체는 이를 '2026년 첫 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67 키드(출처 : 67 kid original video 썸네일)
해외에서 건너와 국내 교실·SNS까지 점령한 숫자도 있다. 바로 '67(식스-세븐)'이다. 미국 래퍼 스크릴라의 곡 'Doot Doot (6-7)' 가사에서 시작돼, 신장이 6피트 7인치인 NBA 선수 라멜로 볼과 엮이며 틱톡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결정적 계기는 2025년 미국 농구 유튜버 Cam Wilder의 영상 속에서 한 중학생(Maverick Trevillian, 일명 '67 Kid')이 카메라를 향해 "SIX SEVEN!"을 외치며 손 제스처를 하는 클립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바이럴을 탄 것이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67은 SNS를 넘어 학교 교실 등 현실 공간까지 번져, 학생들이 "67쪽 펴"라는 교사의 말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등 일상적 '웃음 버튼'이 되었고, 일부에서는 수업 질서를 방해하는 '디지털 소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팔리아치 검은흑곰 상황극 (출처 : 크리에이터 ”팔리아치“ 인스타그램)
여름 들어서는 상황극형 유행어도 등장했다. 크리에이터 팔리아치가 지난 6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택시가 이상한 길로 갈 때 남자친구가 막 출소한 척 연기하며 외친 "감옥에서 누가 돌아왔게! 바로 나!"라는 대사가 그것이다.
독특한 억양과 폭발적인 성량이 웃음을 유발하며 X·릴스·쇼츠로 빠르게 번졌고, 그룹 라이즈의 원빈이 사인회에서 이를 패러디해 언급하는 등 아이돌 팬덤까지 끌어들이며 '오랜만의 컴백·재등장'을 알리는 만능 템플릿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유행 속에 담긴 '함께'라는 감각
손가락 두 개를 접었다 펴는 동작이든, 아무 뜻 없는 숫자 놀이든, 게임 방송에서 튀어나온 감탄사든, 과장된 상황극 한 줄이든, 밈과 챌린지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유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를 원하고, 짧은 리듬 하나로 복잡한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려는 요즘 세대의 방식이 담겨 있다. 혼자 있어도 연결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 별 뜻 없는 말 한마디로 웃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 모두 결국 '함께'라는 감각을 향해 있는 셈이다. 다음 학기엔 또 어떤 유행어와 손동작이 캠퍼스를 채울지, 가볍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박찬웅 기자,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