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7 호 다시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2
인사이드 아웃 1, 개봉 당시 평이 상당히 좋았던 픽사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여러 디테일이나 세심한 장치들이 어른들에게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해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시즌 2, 후속작이 나왔다. 인사이드 아웃은 어쩌면 한 번쯤 다들 상상해 보았을,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라일리라는 소녀의 머릿속 감정들이 의인화되고, 주변의 변화와 성장 과정 속에서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시즌 1에서는 기쁨이 인생의 주를 담당하던 라일리가 주변의 변화 속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모든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여정을 그리고 있다. 기쁨이가 슬픔이를 골칫덩이로 취급하며 감정본부에서 다투다 저 깊은 내면의 세계로 떠나게 되는데, 사실 이게 다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바라보면 라일리 스스로가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주된 감정(기쁨)이 그녀를 통제하려고 하지만 우울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고, 혼란 속에서 결국 갈피를 잡지 못해 감정을 저 아래 묻어둔 것 같기도 하다. 내면세계 속에서 본부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 제대로 감정을 다시 통제하기 위한 모험은 감정들과 라일리를 성장시켰다. 라일리는 아직 감정이 역동적이고, 통제가 어려운 어린아이지만 여느 누구나 그랬듯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감정과 생각, 성찰에서 오는 깨달음(이성)은 다른 것이기에. 때로는 당장의 감정에 못 이겨 무신경하게 기억을 넘기고, 지나치지만 결국 물밀듯이 쏟아진 기억들은 라일리를 덮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험과 기억들은 그녀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신념으로 자라날 것이다. 2에서 그랬듯이.
잘해보고 싶었던, 어느 누구나 공감할
▲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사진 : https://m.blog.naver.com/stella9497/223501668420)
2에서는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에도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마주하게 되면서 혼란에 접어들고, 새로운 감정들이 튀어나온다. 특히 감정본부와 라일리를 지배한 불안이. 극 중 불안이는 ‘너는 라일리의 기쁨을 담당하지만, 나는 라일리를 미래의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불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불안이라는 건 감각을 극대화해서 사람이 자극에 예민해지도록 만든다. 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시켜 준다. 언젠가 수강한 심리학 강의에서 이런 불안, 예민함이 높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유래된 형질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불안 관리는 결국 스트레스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스스로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배우는 중에 있다. 이후 일이 해결된 후일담에서는 불안이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연출도 이젠 라일리가 어느 정도 불안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성장을 가늠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한편,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감정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불안'이라는 강박적인 요소가 치고 들어와 원래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뚝딱거리는 것이다. 닥쳐올 외부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불안으로 라일리는 미래를 위해 감정들을 억압하게 된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름대로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던 라일리의 좁은 신념이자, 약간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동시에 본인 스스로의 강박과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대하는, 어린 부분이 여기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인간은 다면적이고, 정의할 수 없지만 추구하는 무언가(신념)로 나아가고자 하는 존재임을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과정의 연속이다. 모두가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인간이 단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언젠가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던가 잠시 되짚어보게 된다. 라일리 스스로가 감정에 못 이겨 저 멀리 어딘가에 묻어둔 기억이 폭포수처럼 다시 쏟아지고, 라일리는 일종의 '성찰'을 한다. 신념은 꺾일 수도 있고, 새로 자라날 수도 있는 것이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감정들이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불안에 잠 못 드는 모든 라일리에게
사실 감정들의 이야기도 중간중간 눈에 들어왔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라일리가 페널티박스에 들어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다는 혼란스러운 싸늘함. 점점 차오르는 불안은 통제하지 못하고 점차 심장 소리가 더 커지도록 연출된다. 사람이 극도로 불안하고 예민한,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때를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불안과 부담, 자책과 자기혐오 등에 휩쓸린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누구나 진심으로 ‘불안’ 해본 사람이라면 당시 머릿속에서 ‘불안’이 통제를 잃은 모습의 연출에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든 감정들이 스스로 라일리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라일리의 다면적인 신념 자체를 감싸안아 주는 따스한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맹목적으로 스스로를 생각해 주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실제로 감정들은 라일리를 ‘딸’이라고도 부르며, 매번 '라일리를 위해서'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각자의 선택과 그 결과와는 별개로 라일리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인사이드 아웃2는 성장한 라일리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였다. 매번 볼수록 세심한 디테일이나 연출들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해 어린이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결코 절대적인 깊이는 얕지 않다. 불안, 감정들의 혼란 속에서 고민하던 모두의 유년기와 지금의 라일리들에게 위로를 던지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2. 고민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내일을 살아갈 모든 라일리들을 응원한다.
곽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