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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 5 호 흡연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 최치원 씨를 만나다

  • 작성일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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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862
이소명

편집장 이소명 202210058@sangmyung.kr


  상명대학교 컴퓨터과학과 15학번 최치원을 아는가? 모르겠다면, 작년 2022년 말부터 올해 2023년 초까지 에브리타임에서 상명대학교의 ‘흡연’에 대해 언급하던 사람이라면 생각이 나는가? 그래도 모르겠다면, 본 글이 최치원과 상명대학교의 흡연에 관해 설명해 줄 것이다. 

  상명대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흡연 구역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애쓰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래서 작년 9월 ‘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점을 찾아’라는 제목으로 흡연 관련 설문조사와 방안들을 담은 웹진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눈에 띄게 변화된 건 없었다. 아직도 흡연 구역을 준수하지 않는 흡연자들은 많았고, 이에 비난하는 에브리타임 글 또한 멈추지 않았다. 비좁은 흡연 부스를 가득 메운 흡연 구역 준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눈에 들어온 사람이 ‘최치원’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 상명대학교 흡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상명대학교 컴퓨터과학과 15학번에 재학 중인 최치원입니다. 미디어소프트웨어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저학년 때는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지 못해 학사경고를 몇 번 받기도 했어요. 광고회사에서도 잠깐 일을 하다 학교로 돌아와 보니 컴퓨터과학과로 명칭이 바뀌었더라고요. 암튼 상명대의 화석이라고 할 수 있는 최치원입니다.


Q : 최치원 님을 잘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A : 작년(2022년) 말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담배 냄새를 맡게 되었어요. 지금의 스뮤 스퀘어 입구 쪽에서 누군가 흡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흡연자이지만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판단되어 그 분한테 공손하게 “죄송하지만, 여기서 담배 태우시면 안 돼요.” 이런 어조로 말을 걸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떨이를 가리키곤 아무 말 없이 그냥 계속 담배를 태우시더라고요. 재떨이가 있으니, 담배를 태워도 된다. 뭐 이런 의미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거긴 금연 구역이 맞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에 정류장 앞에서 삼성갤럭시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로 그 사람이 들어가길래 그쪽 직원인 줄 오해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아 에브리타임에 올렸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쪽 직원분이 아니었죠. 그래서 직접 찾아 뵙고 사과한 뒤 에브리타임에도 오해가 있었다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제가 오해를 한 건 사실이지만, 학교 내 ‘흡연 에티켓’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을 해왔었기에 이 일을 계기로 학교 측에 전화도 해보고, 에브리타임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이런 활동을 짧게 했었습니다.


Q : 에브리타임이 아무래도 다수가 보는 게시판이다 보니, 실명을 공개하며 공격적인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던 이유가 있을까요?

  A : 말의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서였죠. 에브리타임 자체가 익명 게시판이다 보니깐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그리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나서는 건 많은 고민이 필요하죠. 그래서 총대 메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도 있어요. 한 명이 나서다 보면 다수가 나설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거든요.


Q : 그렇다면 최치원 님이 말씀하신 기대에 대해선 충족하셨나요?

  A : ‘예’, ‘아니오’ 중에 택하라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제가 올린 가장 마지막 게시물이 굉장히 공격적인 어투였거든요. 졸업을 앞둔 상태라 바쁘지만, 관련 활동을 지속해 왔어요. 원래는 설문조사도 기획했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그건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저처럼 많은 분이 각자 바쁠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저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익명 게시판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조금씩 바랄 뿐이었는데 그 작은 변화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런 실망감에 마지막 게시물을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고맙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저에게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이런 분들한테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나 싶으면서도, 매우 감사했죠.


Q : 학교 측과 여러 차례 소통하신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얻은 답변이나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A : 느낀 점부터 말하자면 발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몸소 느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질문을 하거나,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죠. 그래서 다수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학생복지팀과 시설관리팀에 흡연 부스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어요. 흡연 부스의 시설이 개선되면 흡연구역 준수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이미 흡연 관련 민원이 너무 많아서 흡연 부스를 늘리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도 이해합니다. 그리고 흡연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니,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건강복지팀에 문의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상담과 관련된 사항만 진행하여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답변을 전해 들었습니다.


Q : 가장 최근 게시 글은 꽤 공격적인 말투로, 더 이상 관련 활동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어요. 활동을 포기하게 된 이유와 그 글을 작성할 때 심정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A : 많이 흥분한 상태로 글을 작성했던 것 같아요. 46대 총학생회 간담회에 참가해 보니 흡연에 관한 문건은 없더라고요. 흡연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적극적으로 건의를 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순간 화가 난 것 같아요. 그리고 흡연으로 인한 민원이 너무 많아 시설 개선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역시도 아주 답답했죠. 결국엔 제가 혼자 하는 활동은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제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흡연구역을 지키지 않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거든요.


Q : 마지막으로, 최치원이 바라는 상명대학교의 흡연 문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A : 우선 흡연자가 기본적으로 흡연구역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닥에 침을 뱉거나 꽁초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요.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겠지만 비흡연자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조금씩 내줬으면 해요. 꼭 흡연 문제가 아니더라도, 상명대학교 학생으로서 누리고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해요. 각자가 누릴 수 있고, 요구할 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학교 측이나 학생회 같은 자치 기구 쪽에는 건드리기 어렵고 예민한 문제인 걸 알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진행해 줬으면 해요. 제가 실패한 것들 있잖아요.


  최치원은 상명대학교의 수많은 학생 중 1명에 불과하다. 최치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변 중 결국, 저는 실패하고 포기한 사람입니다. 저는 상명대학교 흡연문제에 관련하여 적극적인 행동을 그만두었습니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진행하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이 0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학교 내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그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 기사를 기획한 건 개인의 실패 이야기를 접한 상명인 독자들이 ‘상명대학교의 흡연’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흡연 문제는 언제나 흡연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흡연자로 인해 시작된다는 걸 최치원도, 필자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상명인 모두도 알고 있다. 그래서 최치원이 말하는 ‘비흡연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비흡연자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건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건 우리가 우리 모두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하자는 것 아닐까? 이건 개개인의 판단에 따른 문제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논제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본 기사에도 그런 논제들이 꽤 많이 담겼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대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으면 한다. 인터뷰 중 흡연하며 재떨이 밖에 버려진 꽁초들을 발로 재떨이 쪽으로 밀어 모아주기만 해도 옆에 있던 흡연자들이 재떨이에 꽁초를 버려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다시금 기대해 본다. 어쩌면 최치원은 실패하고, 포기한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 에브리타임 게시글 ]






[ 참고 자료 ]

1. 상명대학교『자하교지』웹진3호<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접을 찾아>, 이소명, 2022.09.08.,

<https://www.smu.ac.kr/sm-news/special.do?mode=view&articleNo=730443&article.offset=10&articleLimit=10#/list>